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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11 15:42
[심리이론] 갈등과 이별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15  
갈등과 이별

        이별 그 이후
마치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것처럼 피식거리며 상대를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시간은 얼마나 유지될까? 2주? 한 달? 100일? 이전 캐스트에서 언급하였듯 열정적 사랑의 곡선이 높게 상승하는 동안은 우리의 뇌에서는 관련된 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덕분에 그(녀)가 어떤 짓을 해도 예뻐 보이고, 내가 이렇게 관대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자기 희생적이고, 모든 것을 배려하게 된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러한 열정의 지속 기간은 길어봐야 대략 18-30개월 정도이고 연인을 향한 사랑의 감정도 시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둘 만의 시간을 가지려 애쓰고 되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하려 노력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만의 시간, 나만의 생활을 만들려고 하게 된다. 그(녀)는 친구들과의 약속, 각종 모임, 회식 등 빡빡한 일정 속에서 무척이나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왠지 나는 덜 바쁘고 나만 상대를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 서운해진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이유로 점차 연애가 시들해진다. 그렇다면 연애의 끝은 무엇일까? 좋은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연애의 결과물은 결혼 또는 헤어짐이다.


헤어짐의 이유

Benjamin 등(2010)은 어떠한 요소들이 연인 관계의 종결을 예측하는가를 살펴보고자 137개의 방대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성격이나 애착의 유형과 같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내적인 특성들보다 헌신이나 사랑, 독립성, 긍정적 환상과 같은 두 사람 간의 관계와 관련된 요소들이 연인간의 종결을 더 많이, 의미있게 예측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관계에 대한 만족감, 대안이 있는지 여부, 관계를 위해 얼마나 투자했는지 여부도 연애의 종결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즉, 헌신이나 사랑은 연인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당연한 필요조건이지만 이 외에도 상대방을 바라보는 내 눈에 어느 정도 콩깍지가 씌어 있어야 하며 연인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구속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밖의 헤어짐의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1) 새로운 사람의 출현

열정이 넘칠 때는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하지만 열정이 서서히 식어갈 때쯤 제 3의 존재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상대에게 아쉬운 점, 바라는 점을 잘 보완하고 있는 사람을 알게 되면 한층 더 관심을 갖게 되며 그 결과로 기존의 관계가 깨어지고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2) 오래된 연인, 익숙함과 식상함은 종이 한 장 차이!

1시쯤 점심 먹었는지 연락하고, 6시쯤 퇴근인지 야근인지 보고하고, 밤에 잘 자라는 인사. 서점에서 만나 영화 한편 본 뒤, 밥 먹고 나니 딱히 할 일도 없다. 커피나 마시려 하는데 친구한테서 술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갑자기 마음이 급하다. 시간이 지나 상대에게 익숙해져 친밀감은 상승되었으나 열정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 데이트의 패턴은 식상해지고 계속 이렇게 만나야 하나 싶다. 연애 초기의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며 문득 ‘헤어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3)소통의 어려움

내가 말하는 게 그게 아니잖아...
미안하다고? 도대체 니가 뭘 잘 못했는지는 알아?
또 입을 닫는 거야? 이야기 좀 하자고!!!!
그건 용납할 수 없어.. 자존심 문제야.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둘만의 관계에서는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소한 말 한 마디도 싸움이 되고, 감정적으로 날카로워져 있을 때, 특히 상대에 대한 불만이 켜켜이 쌓여 있을 때는 사소한 일에도 부정적인 의사소통 반응들이 증가한다.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가 아닌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태도는 상대방이 부정적 반응을 하도록 이끈다. 때론 비웃는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행동들이 직접적인 말보다 관계의 악화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의사소통 반응들이 계속된다면 결국 관계는 끝을 맞이할 확률이 크다.

4) 성격차이는 처음부터 존재하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완벽하게 일치되고 보완될 수 있는 성격이 존재하는 것일까? 열정이 식어가고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매사 깔끔한 일처리, 딱 부러지고 빈틈없는 그녀가 내게 강요하고, 나를 구속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고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던 그녀가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 칭얼거리는 것에 지치고, 배려 깊고 나만 생각해준다고 좋아했던 그가 뭐하나 스스로 계획하는 것 없이 모든 결정권을 나에게 줄 때 그 우유부단함에 답답해 죽는다. 그 밖에도 흥미나 관심의 차이, 결혼관의 차이, 지적 능력의 차이 등 다양한 차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이 좋아서 반했는데, 어느새 변했나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상대방도 원래 그런 사람이다. 다만 변한 것은 그(녀)를 보는 내 마음이다.


이별

일찍이 사회심리학자 Duck(1982)은 관계의 끝은 다음의 단계를 거친다고 하였다.

개인내적 단계(intrapsychic phase): 혼자서 생각하는 단계로 이 만남을 지속해야 할지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며 혼란을 경험하는 상태이다. 직접 불만을 얘기하지 않지만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불만을 표출한다. 보통 이 단계에서는 친밀감을 보여주는 행동이 점차 사라지게 되고 만남이 줄어들게 된다.


관계적 (양자적) 단계(dyadic phase): 이 단계는 아직 주변 사람들의 개입이 없지만 불만과 갈등이 겉으로 표출되며 둘 사이의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말다툼이 지속되는 단계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점차 사라지면서 연애의 종결 후에 어떻게 될지도 고민하게 된다. 반면 이 단계는 연인관계에서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고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이 가능한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이 단계에 있더라도 헤어지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사회적 단계(social phase): 관계의 종결이 친구, 그 밖의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지는 단계이다. 이별 전의 어떠한 징조가 있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의 이별 선언을 듣게 되기도 한다. 과정이야 어떤 식으로 진행되던지 이별 선고를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 친밀한 연인 관계의 종결이라는 점에서 서로 상처를 나누게 된다. 특히 갑작스러운 이별, 강요된 실연을 겪는 사람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는다. 이때 실연의 슬픔과 괴로움으로 식욕이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등 무기력감에 빠지기도 하며 분노와 후회, 체념, 상실 등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친다. 다시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마침내 정리 단계로 접어든다.

관계의 정리 단계(grave dressing phase): 관계를 정리하면서 커플 옷, 커플링 등 커플이라는 이름을 달고 연인과 나누었던 물건, 사진들을 정리하게 된다. 최근에는 연인들 간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 스토리 등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메일을 비롯하여 인터넷에 무한하게 남아 있는 과거 연인과의 흔적을 지우는 수고가 필요하다.


사랑한 후에… 이별한 후에…

실연을 극복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다. 만약 연애기간이 길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친구관계, 사회적 관계들의 대부분이 상대방과 얽혀 있어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조차 모르게 된다. 이별 직후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 과도하게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을 붙잡고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풀어댄다. 또한 일이나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 누워만 있거나 오히려 수많은 생각들을 떨쳐내고자 육체적 노동이나 운동에 몰두하기도 한다. 결국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생각하지만 역시 오늘도 억울함, 분노, 후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몰아친다.

실연 극복과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회복(self concept recovery)과 이를 통한 자존감의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끝난 관계에 대한 미련를 접고 그(녀) 없는 내 생활을 찾는 것이 실연 극복의 첫 단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자존감의 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일까?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연애 기간이 얼마나 길었었는지, 얼마나 가까웠는지, 관계에 대한 만족감과 헌신은 어느 정도였는지, 또 다른 대안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이별 뒤에 자신을 회복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자신이 찬 경우에는 거의 자존감의 손실을 느끼지 않지만 차인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의 손실을 경험하게 되며 따라서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 위해, 혹은 실연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의 정리는 중요하다. 실연 후 찾아온 감정에는 충분히 충실해지자.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별을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로 여기도록 노력하자.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찾으려 노력하자.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사고 싶었던 옷이나 물건을 사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등 나를 위해 투자해보자. 자신(Self)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분간은 이기적이 되어도 좋다.

이윤형, 영남대 심리학교수